짠 음식을 많이 섭취하면 몸에 좋지 않다고 알려져 있는데, 특히 고혈압 등의 심혈관 질환을 유발한다는 것이라고 다들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도 소금섭취량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고혈압, 관상동맥질환, 심혈관질환 사망률이 전 세계 최저권입니다.
고염식과 한국의 역설
현재 미국심장학회에서 권장하는 하루 나트륨 섭취량은 1500mg(소금 3.8g)인데, 실제 미국인이 평균적으로 섭취하는 나트륨 양은 3400mg입니다. WHO 하루 소금 권장량은 5g인데, 우리나라는 하루 10~12g을 섭취합니다.
즉, 우리나라는 WHO 기준 2배, 미국심장학회기준 3배를 초과하는 나트륨을 섭취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의 관상동맥질환에 의한 사망률이 10만명 당 27.8명으로 전 세계적으로도 최저권에 위치합니다.
이런 현상을 두고 학자들은 '한국의 역설'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관상동맥질환 사망률 181위가 일본, 182위가 프랑스, 183위가 한국인데, 이 세 나라 모두 세계적으로 고염식 국가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이 세 국가 외에 스위스나 캐나다도 고염식을 하지만 뇌졸중으로 인한 사망률이 매우 낮습니다.
또한 현재 심장 건강식단으로 널리 권장되고 있는 지중해식단은 정어리, 멸치, 올리브, 케이퍼 치즈, 수프, 조개 등 소금함량이 상당히 높습니다. 소금이 이렇게 많은데 왜 심장에 건강하다고 말하는 것일까요?
저염식의 배신
코크란 리뷰에서 총 11편의 저염식 RCT 연구를 분석했는데, 장기간의 저염식을 통해 수축기 혈압은 1.1 이완기 혈압은 0.6 감소되었습니다. 즉 120/80에서 장기간 아주 싱겁게 먹었더니 119/79가 되었다는 뜻입니다.
우리가 장기간 저염식을 하게 되면 탈수가 일어나고 염분이 부족해집니다. 이때 신장에서 [레닌-안지오텐신-알토스테론 (RAAS) 시스템]을 가동시킵니다.
RAAS 시스템은 부족해진 수분과 염분을 복구시키는 시스템으로 이 과정에서 혈관 수축, 심박수 증가,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가 증가하게 됩니다.
즉, 장기적인 저염식은 수분 및 염분 복구 시스템인 RAAS를 활성화시켜서 신장과 심장의 부담을 크게 증가시킵니다. 이런 이유로 심근경색, 뇌경색, 뇌출혈 등 심혈관질환의 발생과 사망률을 높이게 됩니다.
*코크란 리뷰
의료분야에서 이루어진 과학적 근거를 종합하여 제시하기 위해 오류를 최소화하고 보다 명시적이고 체계적인 방법을 사용하여 고찰을 수행한 것
또 다른 연구에서는 한국 평균 나트륨 섭취량인 4.6g과 미국 심장학회 권장량인 1.5g 섭취군을 비교했습니다.
1.5g의 저염식을 통해서 정상혈압그룹에서는 혈압 변동이 거의 없었고, 고혈압 그룹에서는 약 3~5정도 감소했습니다. 나트륨 1.5g 저염식을 장기간 실행하면 탈수가 심해지면서 혈액량을 유지하기 어려워집니다.
결과적으로 RAAS 시스템이 가동되어 혈중 레닌수치 55% 증가, 알도스테론 127% 증가, 스트레스 호르몬인 아드레날린 14% 증가, 노르아드레날린 27% 증가, 콜레스테롤 5.6mg/dL 증가, 중성지방 7mg/dL 증가, LDL 3.1mg/dL 증가했습니다.
이 결과를 통해 저염식을 통해 얻는 것 보다 잃는 것이 훨씬 더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혈압 감소의 의의
저염식을 하고 있거나 하려고 고민하시는 분들이 인지해야 하는 사실이 있습니다. 바로 저염식을 통한 혈압 감소는 심혈관질환을 감소시키거나, 그로 인한 사망률을 감소시킬 수 있어야 비로소 그 의미가 있다는 것입니다.
앞선 연구들의 데이터를 통해 심부전 환자가 저염식을 한 경우 전체 사망률이 2.59배 증가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다른 연구에서도 심부전 환자가 저염식을 했을 때 사망 또는 입원이 85%나 증가했으며, 만성신장질환자에게도 저염식은 사망 또는 입원 위험을 2.47배 증가시킨다는 결과가 나타났습니다.
또한 고혈압 치료중인 3000명을 대상으로 나트륨 섭취와 심근경색 발생 위험도를 조사한 연구에서는 소금섭취가 제일 많은 그룹에 비해 소금섭취가 제일 적은 그룹에서 심근경색의 발생 위험도가 무려 4.3배 증가했습니다.
정리하자면, 장기적인 저염식은 RAAS를 활성화시키고 혈관수축, 심박수 증가, 스트레스호르몬 증가로 신장과 심장에 큰 부담을 줍니다.
그렇다고 무작정 소금 섭취량을 늘려서도 안 됩니다. WHO 기준인 5g 이하의 소금을 섭취하거나, 20g 이상의 소금을 섭취했을 때 사망률이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고, 일반적으로 10~15g의 소금을 섭취했을 때 사망률이 최저였고, 심근경색, 뇌졸중의 발생률도 가장 적었습니다.
지금까지 10~15g의 소금 섭취는 엄청난 고염식이라는 인식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염식에 대한 새로운 연구 결과를 통해 저염식이 오히려 고혈압 환자에게 치명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기존에 우리 머리에 깊숙하게 자리잡았던 고염식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지울 때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